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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좁은 방을 닦으며 떠날 준비를 마친다


    3월 셋째 주 화요일 아침, 6평 남짓한 원룸의 짐을 모두 옮겨낸 뒤 남은 것은 창문과 바닥뿐이었다. 짐을 빼낸 순간 공간이 더 좁아 보였다. 짐이 있을 때와는 다른 방식으로 바닥이 드러났다. 그 상태로 바로 청소를 시작했다.

    먼저 창틀을 점검했다. 창문 고무 패킹 틈에 먼지가 말라붙어 있었다. 작은 칫솔과 미지근한 물, 주방 세제를 희석한 물을 준비했다. 칫솔로 틈을 문질러 먼지를 불려내고, 마른 수건으로 닦았다. 유리 닦이는 오래된 신문지가 아닌 마이크로화이버 천을 사용했다. 신문지 대신 천을 고른 이유는 잔흔이 덜 남기 때문이었다. 창을 닦고 나니 빛이 들어오는 각도가 달라졌다. 창밖 소음이 더 또렷하게 들렸다. 창문을 열어 환기를 20분가량 했다. 환기가 좁은 방의 냄새를 빠르게 옮겨갔다.

    마이크로화이버와 유리닦이 팁
    마이크로화이버는 미세섬유 구조로 물기를 잘 흡수하고 잔흔을 남기지 않아 유리·창문 청소에 자주 권장됩니다. 특히 종이 신문지 대신 천을 쓰면 미세한 긁힘이나 잔자국을 줄일 수 있다는 실사용 후기도 많습니다.
    출처: 위키백과 https://ko.wikipedia.org/wiki/마이크로화이버

    벽면 쪽으로 가볍게 손을 대며 흠집을 확인했다. 못 자국과 테이프 자국이 눈에 띄었다. 작은 못 자국은 스테인리스 스패출러로 가볍게 긁어낸 뒤 퍼티로 메웠다. 퍼티가 마르는 동안 콘센트 플레이트와 스위치 주변을 분해해 안쪽까지 면봉으로 먼지를 뽑았다. 분해할 때는 사진을 한 장씩 찍어두었다. 재조립할 때 위치를 헷갈리지 않으려고 찍어둔 사진 덕분에 시간이 절약됐다.

    깔끔하게 정돈된 집의 모습을 그린 라인드로잉 이미지

    바닥은 먼저 빗자루로 먼지를 모으고 진공청소기로 구석을 훑었다. 가구가 있었던 자리는 바퀴 자국과 눌림 자국이 남아 있었다. 눌림 자국은 젖은 수건을 대고 다리미로 낮은 온도로 눌러 탄력을 살리는 방식으로 정리했다. 목재 마루의 흠집은 샌딩 패드로 가볍게 문질러 표면을 매만진 뒤 마른 수건으로 다시 닦았다. 바닥 전체를 물걸레질한 뒤에는 자연 건조 시간을 충분히 뒀다. 좁은 방에서는 물기가 남아 있으면 냄새와 결로가 생기기 쉽다. 그래서 환기와 건조에 더 신경을 썼다.

    결로와 환기 중요성
    결로는 실내외 온도차로 인해 표면에 수분이 맺히는 현상으로, 특히 환기가 불충분한 좁은 공간에서 발생하기 쉽습니다. 적절한 환기와 건조 관리는 곰팡이·악취 등 2차 문제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출처: 위키백과 https://ko.wikipedia.org/wiki/결로

    씽크대와 화장실은 따로 시간대를 정해 청소했다. 화장실 문을 닫아도 냄새가 방으로 올라올 수 있어 마지막에 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변기 주변과 세면대 배수구는 솔로 구석구석 문질렀다. 배수구는 뜨거운 물을 틀어 이물질을 불리고, 수압으로 밀어내는 방식으로 정리했다. 세제와 식초를 섞어 놓지 않았다. 좁은 공간에서 냄새가 복합적으로 섞이는 것을 피하려고 세제를 순차적으로 사용했다.

    책상과 선반에 붙어 있던 스티커 자국은 헤어드라이어로 살짝 가열해 접착력을 약하게 만든 뒤 천으로 문질러 떼어냈다. 남은 접착 잔여물은 소량의 식용유로 문지른 뒤 세제로 닦아내니 깔끔해졌다. 이웃에게 방음이나 냄새 문제로 불편을 줄 수 있어 소음은 오전 시간대에 집중했고, 유독한 냄새가 나는 용제는 사용하지 않았다.

    씽크대 상판을 닦는 모습의 라인드로잉 이미지

    짐을 옮긴 뒤 다시 방을 둘러보았다. 플러그가 흔들리는 콘센트 한 곳을 고정하고, 형광등 소켓의 먼지를 제거했다. 문고리와 인터폰 버튼도 알코올 솜으로 닦았다. 마지막 점검은 손바닥으로 벽면을 훑는 방식이었다. 손바닥에 닿는 감촉으로 먼지와 기름때를 최종 확인했다. 손에 남는 끈적임이 없을 때만 청소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떠나기 전, 열쇠를 놓을 위치와 전등 스위치의 상태를 사진으로 남겼다. 이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작은 분쟁을 사전에 줄이려는 의도였다. 남은 공간에 앉아 창문을 바라봤다. 짐이 빠진 방은 사용되던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그 흔적들을 정리하면서 나는 하나씩 결정했다. 어떤 자국은 그대로 두기로, 어떤 부분은 손을 들이기로.

    결국 이렇게 하게 되었다. 작은 도구 몇 가지와 순서가 좁은 방을 떠나는 과정을 쉬게 만들었다. 청소를 마치고 나서도 공간의 기운이 달라진 것을 행동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문을 닫고 복도를 걸어나올 때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짐을 덜어낸 뒤의 남은 일들에 대한 책임을 다한 것만으로도 다음 장소로의 준비가 끝났다.

  • 청소가 끝나자 집보다 먼저 가벼워진 마음을 느꼈다


    문고리를 잡았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생각보다 크게 들렸다. 짐을 옮기던 팔의 긴장이 풀리며 숨이 한 번 더 나왔다. 박스 몇 개가 남아 있었고, 바닥에는 테이프 조각과 종이 부스러기가 흩어져 있었다. 장갑을 끼고 빗자루를 들었을 때, 행위는 곧 루틴이 되었다. 먼저 현관의 모래를 쓸어 담았다. 현관문 틈에 낀 작은 돌멩이와 지난달 누군가 두고 간 전단지 조각을 치우는 일이 이렇게 사소할 줄 몰랐다.

    창틀부터 시작했다. 오래된 먼지들이 경계선처럼 쌓여 있었고, 손가락으로 긁어내면 가루가 뭉텅이로 떨어졌다. 창문을 닦으며 지난 계절의 기억들이 스친다기보다는, 그저 시간이 쌓인 자국을 지우는 느낌이었다. 한동안 닫아두었던 집의 냄새가 떠올랐다. 조용한 환풍 소리, 이웃집 문이 닫히는 소리, 복도에서 들려오는 어린아이 웃음 소리. 작은 소리들이 집을 채우는 방식이 달라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중앙에 쌓인 박스 하나를 풀어보며 포장재를 접었다. 상자 접는 법은 이사만큼 자주 해보지 않으면 서툴다. 접힌 박스들을 가지런히 쌓아두니, 시야가 탁 트이는 기분이 들었다. 청소는 눈에 보이는 것을 정리하는 행위이기도 했지만, 보이지 않는 것들을 정리하는 시작이기도 했다. 먼지 한 줌을 털어내는 사이, 머릿속의 할 일 목록 중 몇 가지가 저절로 사라지는 것 같았다.

    씽크대 상판을 닦는 모습의 라인드로잉 이미지

    바닥을 물걸레로 닦을 때는 손등에 전해지는 진동이 또 다른 위로가 되었다. 물기와 먼지가 만나 반짝이던 흔적들이 말라가며 바닥은 차분한 빛을 띠기 시작했다. 나는 그 공간에서의 호흡을 다시 맞춰가고 있었다. 이사청소를 마친 뒤의 집은 새로운 약속을 기다리는 표정 같았다. 어떤 가구를 어디에 둘지, 어떤 식물의 흙을 갈아야 할지, 평범한 선택들이 다시 의미를 얻을 것만 같았다.

    청소 도중 한참을 멈춰 벽의 작은 얼룩을 바라보았다. 누군가의 손이 닿았던 자리, 책이 닿아 색이 바랜 부분, 오래된 그림의 그림자. 그것들을 완전히 지워버리지는 않았다. 지우는 행위가 때로는 기억의 일부를 지워버리는 일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래서 일부러 남겨둔 흔적들이 있다. 내가 원래 이 집에 남기고 싶은 조각들, 앞으로의 일상에서 다시 쓸모 있게 될 표정들이다.

    이웃 아주머니가 지나가며 “다들 잘 정리됐네” 하고 가볍게 인사해 주었다. 대화는 짧았지만,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소소한 인정이 집이라는 공간에 대한 감정의 무게를 덜어주는 순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청소는 혼자의 일이자, 동네의 리듬과 연결되는 작업이었다.

    샷시의 유리를 닦는 모습의 라인드로잉 이미지

    마지막으로 쓰레기 봉투를 들고 내려가는 길, 계단참에 놓인 오래된 신문과 포장지들을 보니 이사라는 행위가 남기는 흔적들이 생각났다. 버리는 것과 남기는 것 사이에서 선택을 반복하는 과정은 불편했지만 다정했다. 내가 사랑하던 물건들 중 몇 개는 버려졌고, 몇 개는 새집에서 다시 자리를 잡을 것이다. 그 사실이 마음을 무겁게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정리가 끝난 집 안에서는 무엇이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잔잔한 확신이 자라났다.

    밤이 되자 집은 낮과 다른 얼굴을 보였다. 불을 켜자 표면들이 부드럽게 드러났고, 나는 소파에 앉아 작은 컵 하나를 내려놓았다. 손끝에 남은 물기 냄새가 사라질 무렵, 마음은 전에 비해 한결 가벼웠다. 공간이 바뀌면 습관도 바뀔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깐의 일을 통해 우리는 매일을 조금씩 다시 설계할 수 있다.

    여러분도 이사 후의 청소를 마친 날, 집보다 먼저 마음이 가벼워진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 가벼움은 번쩍이는 속도나 극적인 변화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작은 먼지 하나를 손으로 집어 치우는 행동, 박스를 접어 쌓아두는 행위, 계단에서 이웃과 나눈 짧은 인사 같은 것들이 쌓여서 오는 것이다. 집을 정리하는 일은 외부의 질서를 되찾는 과정이자, 내부의 소란을 가라앉히는 과정이었다는 것을 나는 이번에 다시 확인했다.

    마지막으로 창틀의 먼지 자국 하나를 남겨둔 채로 창문을 닫았다. 남김은 완전히 비움과 동일하지 않다. 남겨진 자국은 앞으로의 생활에서 조금씩 채워질 여지를 남긴다. 오늘의 깨달음은 그것이었다. 집은 물건들이 놓이는 곳이 아니라, 작은 선택들이 모여 사는 곳이라는 사실. 달라진 집 안에서 나는 천천히 내일의 작은 습관들을 펼쳐볼 생각이다.

    가사 활동 시간(정의) 가사·관리 활동은 집안 청소, 정리, 세탁 등 일상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활동을 의미합니다. 통계청의 생활시간조사에 따르면 성인 1인당 하루 평균 가사·관리 활동 시간은 약 2시간 내외로, 집안 관리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출처: 통계청 https://kostat.go.kr/